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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 _ 존 에버렛 밀레이

여행꾼쭈 2023. 8. 12. 23:24

오필리아 - 존 에버렛 밀레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죽음

당신은 내 아픔을 모른다
내가 그러하듯이

신선한 자연의 품에 안긴 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호화로운 은빛 드레스 옆에는 갖가지 색깔의 꽃들이 흩어져 있지만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녀의 몸이 반쯤 물에 젖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띄우고 의지가 없는 듯 손을 축 늘어뜨리고 있다. 헤엄칠 수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평온해 보이던 그녀의 표정이 공허하고 영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영국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으로 선정되었다. 언뜻 보기엔 아름답기만 하지만 기묘하게 섬뜩하기도 하다. 

햄릿의 여주인공인 오필리아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 화가들에게 선호된 주제였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오필리아>다. 존 에버릿 밀레이가 그린 그림 속 장면은 오필리아가 미쳐서 물에 빠진 뒤 드레스가 다 젖을 동안 노래를 부르다 죽게 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시달로 화가들에게 인기 있는 모델이었다. 엘리자베스 시달은 이후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결혼했다. 이 그림을 위해 엘리자베스 시달은 무려 4개월이나 물이 받아진 욕조에 누워 포즈를 취해야 했다고 알려진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수십 종의 다양한 식물과 꽃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상징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버드나무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강을 묘사한 부분에도 등장한다.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사랑을 상징한다. 죽음을 상징하는 붉은 색의 양귀비도 눈에 띄게 강조되어 있다. 그림 오른편 나뭇가지는 해골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어 역시 죽음을 암시한다.

햄릿의 연인으로 그림의 주인공인 오필리아는 갈등과 번민 속에 있었다. 연인이던 햄릿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된다. 오필리아가 제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수도 있다. 그림은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이지만 사실 그녀가 처한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오필리아의 죽음은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던 비극적인 상황 앞에 놓인 한 개인의 모습을 대신하고 있다. 사고인지도 모를 그녀의 죽음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도 삶을 살면서 그녀와 같은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상하리만큼 우리는 각각의 아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늘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외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