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심는 사람 _ 장 프랑수와 밀레
멀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보인다. 부부는 아침 일찍 감자를 심기 위해 당나귀에 짐을 싣고 아기와 함께 집을 떠났을 것이다. 옷차림으로 보아 개인 소유의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당당한 농민으로 보인다. 당시 프랑스에서 농민이 자신의 땅을 소유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고 한다.
구름이 가득한 푸른 하늘 아래 평평한 밭에 부부로 보이는 두 남녀가 감자 심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남편이 땅을 파면 아내가 구덩이에 씨 감자를 뿌린다. 한 줌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 밑에는 당나귀가 매어져 있고 바구니 안에는 아기가 잠자고 있다. 더없이 평화로운 그림이다. 감자를 먹기 위해 땅에 심는 사람들을 그렸다.
밀레는 노동을 감동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고 부부의 움직임을 잘 조화시켜 하나가 되도록 하고 싶고 감자나 콩을 심는 농부의 일이 그 어떠한 활동보다 흥미롭지 않거나 고귀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말을 남겼다.
먹기 위해 감자를 심는 일은 추수하기 위해 파종을 하는 것이며 삶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소유한 한 조각의 땅에 자신과 가족이 먹을 것을 심는 행위는 인류가 가장 오래 지속적으로 해 온 일이기도 하다. 땅에 씨를 뿌리며 마음속에 간직한 염원은 소박하고 절실했을 것이다. 풍성한 수확으로 보장된 든든한 미래를 그리며 농부들은 정성을 다해 땅을 파고 씨를 뿌린다. 다가오는 날들에 대한 모든 인간들의 바람과 기대를 밀레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서양화에서는 감자가 가끔 등장한다. 정물화 중의 한 부분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주로 감자는 사람과 함께 나타난다. 가장 유명한 감자와 사람의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일 것이다. 가난한 농가의 한 가족이 고된 일과를 마치고 호롱불 밑에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장면인데 음식은 갓 쪄낸 감자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그 겸허한 음식을 진수성찬처럼 먹는다. 인간의 노동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애정과 연민을 가지고 그려낸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