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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판매기 _ 에드워드 호퍼

여행꾼쭈 2023. 8. 15. 11:45

자동판매기 _ 에드워드 호퍼

 

1927년에 그려진 작품이 20세기말의 고도로 발달한 현대문명의 정신병리학적 진단의 원인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호퍼의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녹색 코트를 입은 젊은 여성이 식당 안에 혼자 앉아 있습니다.

심야에 혼자 식당에 앉아 커피잔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은 확실히 낭만이라는 단어보다는 고독을 느끼게 합니다.

식당 안은 굉장히 밝은데 비해 커다란 창문 밖으로 보이는 외부는 완전한 암흑.
밖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처럼 보이고, 유리창에 비친 두 줄 전등의 행렬은 내부의 전등이 반사되어 보이는 것으로 이 식당 내부의 공간의 폐쇄적인 면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라디에이터가 놓여 있지만 여성이 외투를 벗어놓을 만큼 실내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왼손에는 아직 장갑을 끼고 있고 커피잔을 든 오른손만 장갑을 벗은 것으로 보아 커피 잔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외투 속에는 아마도 어깨를 드러내는 원피스나 캐미솔 같은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것으로 추측이 해 봅니다. 테이블 위로 보이는 상체와 테이블 아래로 보이는 하얀 신체는 캄캄한 창문과 조응하여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녀의 표정은 관람객을 향하지 않고 조용히 커피잔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의 맛을 음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뭔가 자기 내면을 응시하는 시선 같습니다.

 

호퍼의 작품은 빛의 사용혀여 공간을 통한 구성 등이 돋보이며 이는 예술적으로 재해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호퍼가 보여주는 대도시의 이미지에 공감하는 현대인이 많다는 것입니다.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감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내면세계 들여다본 에드워드 호퍼

20세기 미국인들의 정신적으로 소외된 삶의 단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20세기 미국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음에도 호퍼의 작품에 공감한다는 것은 그의 작품들이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호소하는 뭔가가 있다는 뜻일 겁니다.

 

1995년 8월 TIME

 

1995년 8월 TIME 지 커버로 사용된 <자동판매기>입니다.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 심리학이 밝혀낸 우리 세대 정신병리학적 우울증의 근원에 대해 밝혀낸 기사에 바로 이 작품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