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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2

잠자는 집시 여인 _ 앙리 루소 사자는 어디서 왔을까? 사막에서 고단한 잠을 자야 하는 집시. 어둠과 고독 속에서도 잠들지 않고 집시를 지켜주는 수호신 사자. 잠자는 집시와 정령 같은 사자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몽환적인 한 편의 시와 같은 그림. 달과 별이 빛나는 깊고 푸른 밤하늘 밑에 늠름한 갈기와 꼬리를 세우고 집시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맹수가 잠든 인간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인간의 잠을 지켜주고 있는 듯하다. 반쯤 눈을 뜨고 잠을 자는 집시는 잠 속에서도 지팡이를 움켜쥐고 있다. 꿈을 깨면 지팡이를 짚고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한바탕 꿈이라고 이 그림이 암시하지만 현실은 존재한다.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의 원래 직업은 세관원이었다. 통관 업무를 보고 세금을 걷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는 행복하지 .. 2023. 8. 22.
추성부도 _ 단원 김홍도 ​조선의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는 중국 문인 구양수의 산문시 추성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구양수의 시는 가을바람 소리를 묘사하고 떨어지는 낙엽에서 우주만물과 자연의 섭리와 인생의 허망함을 읊었다. 사물의 형상 묘사와 논리 전개가 유려하고 감성과 이성이 잘 조합된 명문으로 평가받는다. 동그란 창 안에 들어앉은 구양수의 모습에 자신을 실었던 것이 아닐까. 그림의 왼쪽에는 구양수의 길고 긴 시구가 보인다. 모든 것이 스러지는 인생의 가을밤에 누군가를 기다리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죽음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느껴진다. 구양수가 책을 읽다 소리가 나자 동자에게 무슨 소리인지 나가서 살피라 말하고 밖으로 나간 동자는 ‘별과 달이 환히 빛날 뿐 사방에 인적은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라고 답했다.. 2023.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