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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부도 _ 단원 김홍도

by 여행꾼쭈 2023. 8. 14.

추성부도 _ 단원 김홍도

 

조선의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는 중국 문인 구양수의 산문시 추성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구양수의 시는 가을바람 소리를 묘사하고 떨어지는 낙엽에서 우주만물과 자연의 섭리와 인생의 허망함을 읊었다. 사물의 형상 묘사와 논리 전개가 유려하고 감성과 이성이 잘 조합된 명문으로 평가받는다.

동그란 창 안에 들어앉은 구양수의 모습에 자신을 실었던 것이 아닐까. 그림의 왼쪽에는 구양수의 길고 긴 시구가 보인다. 모든 것이 스러지는 인생의 가을밤에 누군가를 기다리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죽음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느껴진다.

 

구양수가 책을 읽다 소리가 나자 동자에게 무슨 소리인지 나가서 살피라 말하고 밖으로 나간 동자는 별과 달이 환히 빛날 뿐 사방에 인적은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라고 답했다는 바로 그 장면을 그려낸 것이다. 동자는 손을 들어 바람 소리 나는 쪽을 가리키고 있으며 학 두 마리는 목을 빼고 입을 벌려 그 바람 소리에 화답하듯 묘사되어 있다. 마당의 낙엽들은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바닥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드문드문 흩날리고 있다. 화면 왼쪽 언덕에는 나무가 두 그루 서 있고 옆쪽에는 대나무에 둘러싸인 초가집이 보이며 위로는 보름달이 떠 있다.

 

화면의 오른쪽에는 메마른 가을 산이 그려져 있고 산 능선 위로는 수평방향의 갈필로 음양을 주어 밤 중임이 시사되어 있다. 중앙에는 중국식 초옥이 있으며 둥근 창 안에는 구양수가 보인다. 전체적으로 어둡게 채색되어 있으며 갈필을 사용하여 가을밤의 스산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다. 좌우에 산이나 언덕을 배치하여 초옥과 마당을 감싸듯 부감하듯 그려냄으로써 주제를 강조하는 포치방식은 역시 구도에 대한 단원의 뛰어난 감각을 단적으로 말해주며 호리호리하면서도 불규칙하게 꺾여 올라가 끝이 갈라지는 나무 형태 또한 단원의 전형적인 화법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색감은 갈색이고 화면 가득 무거우면서도 신비한 분위기가 감돈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차가운 보름달이 떠있고 수평으로 반복된 마른 붓질이 생명을 말리 듯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나타낸다. 구양수로 보이는 선비는 작은 집의 달빛 창 옆 책상 앞에 앉아 있고 동자는 뜰에 서서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학 두 마리가 하늘을 보며 우짖는다. 선비는 심란한 가을 소리에 책을 읽지도 못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밖을 내다본다.

 

무조건적으로 후원하던 정조대왕이 49세로 승하한 지도 한참 되었고 낙향하여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던 그의 인생도 종착점으로 접어들던 시기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가 타계하기 1년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이다.

 

추성부도 일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