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제색도1 인왕제색도 _ 진경산수화의 걸작 겸재 정선 지루한 장맛비가 그쳤다. 물안개가 피어올라 계곡과의 연장선이 끊어진 산봉우리는 마치 이승이 아닌 신비로운 기운이 감돈다. 웅장한 바위와 소나무가 절경을 이룬 가운데 신선과 이웃으로 지내는가 싶은 집 한 채가 보인다.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것은 산 정상인 치마바위에 위아래로 시커멓게 칠해진 붓질이다. 부벽준(도끼로 나무를 쪼갰을 때 나타나는 거친 줄무늬)인데 정선는 크고 거친 붓질로 수차례 덧칠함으로써 치마바위의 벽면을 어둡고 무겁게 표현했다. 전통 그림에서 좀처럼 보기 엄청난 크기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태어나 철들고 느긋한 노년을 맞이하기까지 종로를 터전으로 살아온 서울토박이 겸재 정선의 자부심이 되어 준 인왕산. 저기 아래쪽 기와집엔 그의 오랜 지기가 살고 있다. 사천 이병연의 집이다. 당대 최고의 .. 2023. 8.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