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엌에서 소매를 걷어붙인 누군지 알 수 없는 여인이 붉은색 도자기에 우유를 따르고 있다.
하녀로 보이는 우유를 따르고 있는 여인의 노란색 웃옷과 파란색 앞치마, 붉은색 치마는 깨끗하지는 않지만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화면에 산뜻함을 주고 있다.
그림을 보면 이상적인 미인상이 아닌 그저 현실적인 여인의 모습을 담아 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감과 빛을 통해 매우 섬세하게 표현했다. 여인의 얼굴과 팔 앞쪽으로 비추는 빛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녀가 따르고 있는 우유에 시선이 간다. 평온한 일상 가운데서 본인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여인이 모습을 그렸다지만 너무 평온해 보인다.
이 세상 현실이 아닌 거 같은 묘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다.
여인의 뒤쪽 벽면에는 장식은커녕 여기저기 못이 박혀있고 못자국이 있고 오른쪽 벽면 아래를 자세히 보면 파란색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 타일과 그 앞에 작은 난로 왼쪽 벽면 위쪽에는 라틴 바구니와 쇠 그릇이 걸려있다. 바로 옆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빛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화면을 반으로 나누는 빛과 어둠의 감각적인 대비는 긴장감과 엄숙함을 화면 가득 풍기게 하고 회칠한 벽과 금속 주전자, 흙으로 구워 만든 우유 항아리, 탁자 위 빵 조각 등의 구성 요소들의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는 시각적이고 평면적인 그림에서 촉각적인 세심함을 느끼게 한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소품들의 수와 적절한 배치는 그림을 보는 감상자의 시선과 주인공의 동선 어느 것 하나도 해치지 않으며 전체 화면 구성에 완벽함을 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페이메이르는 맑고 부드러운 빛과 색의 조화 속에 일상의 조용한 정취를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와 완벽한 구성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