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는 검은 숲 저 너머에 있는 것일까?
두 사람은 축제로 가는 길일까, 아니면 축제에서 돌아오는 길일까?
어쩐지 축제는 이미 끝난 것 같다.
앙리 루소의 데뷔작이다.
그림 속 두 사람이 축제 의상을 입고 등장했을 뿐이다.
둥근달이 하늘 높이 걸려 있는 푸르고 차가운 밤이다.
검은 숲 속 나무들은 바싹 마른 가지만 남았다.
숲 너머 보이는 것은 머나먼 산과 구름 낀 하늘뿐,
어둠과 정적이 내려앉은 숲 속에는 살아 있는 것이 없다.
축제 카니발 의상을 입은 두 명의 외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신비한 겨울 숲 풍경을 묘사합니다. 이상하게 숲을 어둠 속에 남겨둔 달빛보다 내부에서 빛나는 것 같다. 인물들 옆 빈 오두막에서 설명할 수 없는 얼굴이 보이고 예상치 못한 가로등이 근처에서 이상하리만큼 빛난다.
숲을 뒤로하고 화면 중앙 검은 땅 위에 두 사람이 서 있다. 축제 의상을 입고 팔짱을 끼고 있는 한 쌍.
모자에 가려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으나 피에로 옷을 입은 남자와 에이프런을 두른 여자이다. 어두운 배경에 비해 두 사람의 모습은 밝게 빛나는데 그 밝음은 달빛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 속으로부터 무언가가 빛나고 있는 듯하다.
축제라는 상상 속의 사건이 그림의 배경을 구성하고 있으나 관객은 축제의 즐거운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축제에서 소외되어 길을 잃고 어두운 숲을 헤매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의 운명에 가슴을 졸이게 된다. 검은 숲 앞 뜬금없이 서 있는 작은 집 기둥에는 이상한 얼굴 하나가 그려져 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마저 고조된다.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의 작품이다. 마흔이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루소는 주로 야수와 열대 식물이 가득한 정글 그림을 그려 호평을 받다가 갑자기 이런 그림을 내놓아 관객을 혼란에 빠뜨렸다. 평소 루소의 화법이나 그림 주제, 소재 등에서 동떨어져 보이는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다.
루소는 특유의 천진한 화법과 청명한 색채로 어두운 미스터리에 등불을 밝혀 놓았다. 두 사람이 자신들 속 빛을 따라 앞으로 걸어가면 이 어둡고 무서운 곳을 벗어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란한 축제가 지나가고 어두운 숲을 건너온 두 사람이 이제 팔짱을 꼭 끼고 무사히 집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