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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눈물 _ 로이 리히텐슈타인

by 여행꾼쭈 2023. 8. 13.

행복한 눈물 _ 로이 리히텐슈타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눈물>작품 자체가 인상적이었다기보다는 그 가격이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팝아트를 대표하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행복한 눈물>이 대기업의 비자금 사건과 연루되어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이제는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게 되었다.

 

오래된 만화책에서나 촌스러운 아가씨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 수십억 대를 호가한다니 작가로서는 진정 <행복한 눈물>을 흘려 마땅하겠지만 평범한 이들은 과연 이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다.

 

팝아트는 글자 그대로 대중문화와 미술이 결합하여 탄생한 새로운 미술의 흐름으로 1960년대 미국문화의 산물이다. 텔레비전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미덕으로 하는 본격적인 소비문화가 형성되던 시기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상품들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격렬한 경쟁을 시작했다. 눈을 현혹하는 포장과 로고며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을 끝없이 자극하는 상품 광고가 티브이와 신문, 잡지, 거대한 광고판과 할리우드 영화를 뒤덮었다. 물건을 구입하고 재빨리 소모하는 방식은 문화의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대중문화는 표피적인 오락을 지속적으로 제공했고, 소비자들은 일순간의 만족 이후에는 또다시 새로운 자극을 원했다.

 

1960년대 미국의 팝아트는 이처럼 소비자의 삶 속에 파고든 일상의 모든 것들을 소재로 차용했다. 상품과 광고, 텔레비전과 영화, 만화책과 연예인 등 대중문화의 영역에 속해있던 모든 것들은 미술로 변모하여 엄숙하기 그지없었던 미술관에 당당하게 입성했던 것이다. 팝아트는 소위 고급문화와 평범한 일상 사이의 경계선을 허물고자 했던 지난 세기의 전위적인 미술가들의 계보를 잇고 있는 셈이다. 이전의 미술이 물질만능주의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난하고 공격하는데 몰두했다면 팝아트는 이를 그대로 포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면 즐기기라도 하자는 것이 팝아트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만화책을 베껴 그렸다. 인기 있는 만화책의 한 장면을 골라 세부를 수정하여 큰 캔버스에 유화로 옮기면서 만화책의 전형적인 포맷은 그대로 유지했다. 단순하게 그려진 인물들은 검은 윤곽선과 몇 가지의 원색으로 채워졌고 정사각형 틀 안에 말풍선과 함께 등장한다. 색 면은 균일하게 칠한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작은 점으로 채웠다. 요즘에도 값싼 신문이나 잡지책의 원색 도판을 잘 들여다보면 색 점이 망처럼 빽빽하게 찍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리히텐슈타인은 이처럼 색을 점으로 분할하여 찍어내는 인쇄기법을 모방하여 하나하나 손으로 점을 그렸다.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면 점의 모양이 일그러지거나 물감이 살짝 번져 있는 등 대단히 인간적인 손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카메라나 판화와 같은 기계적인 기법은 미술가의 손을 모방하기에 급급했다. 영화나 만화 역시 미술가의 독창적인 표현과 미적 감각으로부터 영감을 얻어왔다. 만화를 모방하여 미술작품을 제작하면서 기계적인 인쇄기법을 손으로 따라 그렸으니 대중문화와 고급미술 사이에 엄연히 존재했던 위계질서를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리히텐슈타인은 추상표현주의를 상징하는 강렬한 붓자국마저도 인쇄된 만화의 한 장면처럼 장난스럽게 변형시켰다. 그의 작품에서는 더 이상 고립된 스튜디오에 홀로 앉아 붓을 쥐고 고뇌하는 미술가의 전설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사전 지식과 고상한 취미 높은 학식을 갖춘 교양인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무엇을 그린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미술품의 등장은 새로운 계층의 미술 애호가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