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화가 중 한 명이었던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신비로운 성탄입니다.
그림의 중앙에는 막 태어나신 예수님이 있고 어머니인 마리아는 그 예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아버지인 요셉은 피곤했는지 잠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마구간의 원래 주인이었던 소와 나귀는 이 신비로운 탄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특권을 받습니다. 예수님의 오른쪽에는 가난한 이들을 대표하는 목동 두 명이 천사의 인도로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목동들과 함께 있는 천사가 억지로 고개를 돌려 예수님의 탄생을 보게 하려는 모습입니다. 왼쪽에서는 이방인들을 대표하는 동방에서 온 박사 세 명이 또한 천사의 인도로 이 신비한 탄생을 목격합니다. 하늘에서는 열두 천사들이 원을 그리며 찬양하고 마굿간의 지붕에는 세 천사들이 성탄의 색인 흰색, 붉은색, 초록색의 옷을 입고 주님의 탄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구세주의 탄생과 함께 다시 태어나는 지상과 천상의 모든 것들이 한없이 끌려 들어가는 매혹적인 화면 속에 아름다움과 영성이 찬란하게 빛나는 신비한 그림이다.
그림의 아래쪽에는 독특한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사람과 천사가 만나 씨름을 하는지 서로 안고 있는 것인지 모호한 모습입니다. 그림의 왼쪽과 오른쪽의 아래에서 마귀가 도망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동방박사들이 선물을 들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곧 사라질 물질이 아니라 주님의 뜻에 맞게 사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질 만능의 시대이며 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시대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입니다.
금박으로 입혀진 천상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천사들과 함께 지상에서 메시아의 탄생을 경배하는 인간들 그리고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을 포옹하며 입 맞추는 하단의 천사들까지 황홀하게 아름다운 그림이다. 르네상스 미술의 걸작 프리마베라와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거장 보티첼리가 제작 후 서명한 유일한 그림이기도 하다.
제목처럼 신비한 역사와 사연을 지니고 있어서 내셔널 갤러리에 방문할 때 꼭 찾아보고 싶은 그림 리스트 상위권에 있다.
보티첼리는 이 그림을 숨겨놓고 1510년에 죽었다. 그림은 300년 동안 잊혀졌다가 18세기에 이탈리아를 여행 중이던 영국인 미술 수집가에 의해 조그만 시골의 성에서 발견되었다. 영국으로 건너온 그림은 국보가 되어 국립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다. 이 그림이 유명해지면서 잊혀졌던 보티첼리의 이름도 재발견되었다. 예수의 탄생과 함께 보티첼리와 그의 예술도 다시 탄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