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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_ 장 프랑수와 밀레

by 여행꾼쭈 2023. 8. 16.
봄 _ 장 프랑수와 밀레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 풍경일까? 이것은 온 세상이 빛과 색채 속에 깨어나 생명을 합창하는 거대한 봄의 교향악일까? 장엄한 화면은 시각과 후각, 청각과 그리고 마음. 모든 존재를 일깨웠다. 깊은 사랑과 겸손의 손길이 아니면 도저히 그려 낼 수 없을 것만 같은 놀라운 그림이다.

 

밀레의 사계절 연작 중 봄을 그린 이 작품 속에는 오솔길을 따라가 보면 왼편에는 꽃이 만발한 사과나무와 채소밭. 

이제 막 기지개를 켜려는 들꽃들이 보입니다. 지나가던 농부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해 나무 밑에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농촌 풍경을 묵묵히 담아낸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다양한 봄의 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먼저 핀 꽃이 있는가 하면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이 있고 저 무지개가 지나야 성장을 시작할 아직은 땅 속에서 자고 있는 씨앗도 있으며 이미 한 차례의 소나기 폭격을 맞아 봄비를 세차게 맞이 한 농촌의 풍경을 그려 놓았습니다.

밀레의 묵직하고 고요한 서정성이, 만년에 접어들면서 밝고 환상적인 서정성으로 변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폭풍의 어둠을 상징하는 먹구름 사이로 부드러우면서도 다양한 녹색들, 무지개, 어두운 구름과 대비되는, 놀라울 정도로 찬란한 빛의 폭발을 느낄 수 있다.

'만종'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밀레는 1849년에 퐁텐블로 숲 속의 작은 마을인 바르비종에 정착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대지의 풍경과 그 속에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농민의 모습을 그렸다.

밀레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먹구름이 밀려가며 막 소나기가 지나가고 무지개가 떠 오른 바르비종 전원의 봄을 그렸다. 원래 '사계' 연작의 한 부분으로 그려진 그림이라고 한다. 겨우내 잠자고 있던 들판에 꽃이 만개하고 숲이 살아나며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물기를 흠뻑 머금은 들판의 땅은 마치 앞으로 다가올 여름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듯하고 나무 밑에 비를 피해 서 있는 농부는 자연 앞에 겸허히 고개 숙인 인간의 모습 같다.

그림 앞에 서면 마치 그림 안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눈이 부실 것 같다. 놀랍도록 선명한 색채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화폭 안에 담고자 했던 거장의 마지막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처럼 농촌화가이자 철학자였던 스승은 찬란한 봄을 보여주며 젊은 제자들에게 길을 내어주고 사라져 갔다.

 

"나는 봄의 소나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눈은 봄비가 내리는 풍경만을 위하여 존재한다. 내 눈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초록의 잎들과 꽃들이 만발한 나무들이 있는 풍경 속의 비와 무지개 만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 밀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