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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종 _ 장 프랑수와 밀레

by 여행꾼쭈 2023. 8. 16.

만종 _ 장 프랑수와 밀레

 

고개 숙인 젊은 부부의 모습에 마음을 투영해 감사의 기도를 올려 본다.


황혼이 지기 시작한 전원을 배경으로 삼종기도를 드리고 있는 농부 부부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숭고함과 삶의 진실을 전해 준다.
 하루에 세 번 교회 종소리가 울리면 기도를 했던 당시 프랑스 시골 풍습에 따라 석양 속에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자 들판에서 일손을 내려놓고 경건히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은 이제 너무나 유명해져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밀레가 그림을 완성했을 당시에는 구매하기로 약속했던 사람이 그림을 찾아가지 않아 헐값에 팔아야 했던 천덕꾸러기 그림이었다. 그 후 계속 주인이 바뀌며 팔려 가다가 밀레의 사후에는 비싼 그림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 구매자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그는 미국으로 팔려갔던 그림을 1906년에 거금을 주고 다시 구입해 프랑스로 돌아오게 했다.

이토록 소박한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거금 거래는 이 그림을 들여다 볼수록 황당하기만 하다. 거액의 돈이 오갔던 이 그림 속에 그려져 있는 단 하나 가치 상품은 감자이기 때문이다. 겸손한 부부는 땀 흘려 농사지어 수확하는 이 들판의 감자를 앞에 두고 간절한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만종에 얽힌 비밀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그림 속 농부 부부의 발치에 놓인 바구니는 수확한 작물을 담은 바구니가 아니라 원래 죽은 아이의 관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살바도르 달리에 의해 제기되었으며 실제로 루브르 미술관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바구니가 초벌 그림에서는 어린아이의 관 모양이었음을 입증하였다.

밀레 연구자들은 달리의 주장을 근거 없는 것으로 단정 짓고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난 형과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 어린 시절부터 형의 존재를 대신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밀레의 작품을 죽음의 이미지와 연결시켜 해석했다는 것이다. 한편, 아이의 관과 비슷한 상자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관인지 그림을 그릴 때 구도를 잡기 위한 밑그림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유년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밀레는 순박한 농부들의 이미지를 통해 순수한 전원생활에 대한 향수를 화폭에 담았다. 그는 노동을 하늘의 섭리로 알고 묵묵히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 속에서 도시와 상반되는 농촌의 가치를 종교적 색채로 그려냈다. 이 그림은 단순히 노동에서 오는 기쁨뿐만 아니라 삶의 소박한 진실을 함께 전해 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