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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 구스타브 클림트

여행꾼쭈 2023. 8. 27. 06:40

키스 - 구스타브 클림트

 

꽃이 흩뿌려진 작은 초원 위에 서 있는 두 연인은 주변과 분리되어 그들을 마치 후광처럼 둘러싸고 있는 금빛 아우라 안에서 서로에게 취해 있다. 이 공간이 어디인지, 또 시간은 언제인지 말해주는 단서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마치 우주와 같은 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꽃이 만발한 언덕, 혹은 낭떠러지 위에서 남녀가 포옹하며 키스하고 있다. 키스를 하려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남자가 입고 있는 망토 같은 옷에는 직사각형 남성적 패턴의 무늬가 가득하고, 무릎을 꿇은 여자의 옷은 동글동글한 여성적 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남자의 머리카락을 두르고 있는 잎새 넝쿨은 여자의 머리카락 위에 꽃으로 연결되어 발 밑까지 쏟아진다. 여자의 얼굴을 돌려 키스하려는 남자는 눈을 감고 온몸을 내맡기고 있는 여자와 함께 황금빛으로 녹아들어 둘은 한 몸이 되어 버렸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 순간에 황금빛 비가 내린다.

 

화려한 색채와 반짝이는 금박, 정사각형 화면을 가득 메운 인물의 구도, 선정적인 제목까지 그림의 모든 것이 관객을 압도한다. 클림트의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오스트리아 벨베데어 성에 국보로 보관되어 절대 외국으로 내보내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 그림을 실제로 보려면 오스트리아로 가야 한다. 실제로 그곳까지 가서 그림을 본 지인의 말에 의하면 황금비가 쏟아지는 듯한 기가 막힌 화면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금세공업자 집안에서 태어난 클림트는 어려서부터 금으로 작업하는 것에 익숙했고, 후에 이탈리아 라벤나로 여행했을 때 접했던 비잔틴 금박 모자이크에 큰 영향을 받았다. 금박과 은박을 입혀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 주인공들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추측과 해석을 했다. 여자의 머리와 남자의 머리를 연결해 주는 넝쿨 잎으로 미루어 그리스 신화 속의 아폴로와 다프네를 그렸다는 설도 있고, 어딘지 투명하게 사라지는 듯한 여자의 모습으로 미루어 지하 세계에서 유리디체를 찾아 땅 위로 올라오던 오르페우스가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뒤돌아 유리디체에게 키스하는 순간을 그렸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 몰라도 결론적으로 이 키스의 순간은 영원히 사랑을 잃어버리는 순간과 겹쳐진다. 사랑의 절정이 되어야 할 순간이 비극적인 이별을 내포하고 있다는 암시가 슬프지만 어쩌면 그래서 이 그림이 더 황홀하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일 순위로 떠올리는 그림이기도 하고, 복제된 이미지를 하도 봐서 이미 보았다는 느낌이 자꾸 드는 그림이지만 언젠가는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황금비가 쏟아진다는 실물 그림을 꼭 한 번 직접 보고 대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