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집시 여인 _ 앙리 루소
사자는 어디서 왔을까?
사막에서 고단한 잠을 자야 하는 집시.
어둠과 고독 속에서도 잠들지 않고 집시를 지켜주는 수호신 사자.
잠자는 집시와 정령 같은 사자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몽환적인 한 편의 시와 같은 그림.
달과 별이 빛나는 깊고 푸른 밤하늘 밑에 늠름한 갈기와 꼬리를 세우고 집시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 맹수가 잠든 인간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인간의 잠을 지켜주고 있는 듯하다. 반쯤 눈을 뜨고 잠을 자는 집시는 잠 속에서도 지팡이를 움켜쥐고 있다. 꿈을 깨면 지팡이를 짚고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한바탕 꿈이라고 이 그림이 암시하지만 현실은 존재한다.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의 원래 직업은 세관원이었다. 통관 업무를 보고 세금을 걷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 평생의 꿈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40이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세상의 조롱과 혹평이었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 루소의 그림은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 서툴고 거칠고 괴상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루소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연히 만난 당대 최고의 화가 피카소가 그의 그림을 보고 때 묻지 않은 순수성과 야성이 살아 있다고 극찬했다. 피카소의 도움으로 전시를 하고 신선한 그의 그림을 본 신세대 화가들이 열광했다. 용기를 얻은 루소는 49세가 되었을 때 세관 업무를 아예 접고 전업 화가가 되기로 결정했다. 아내도 죽고 자식들도 죽고 가난에 시달렸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미술교육 배경이 없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열등감에 시달리면서도 훌륭한 그림을 그리겠다는 결심을 단념하지 않았다.
루소의 삶을 조금 이해하고 그림을 보면 그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가 난해하지만은 않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휘영청 보름달이 떠 있는 아래 집시여인이 잠들어 있고 사자 한 마리가 그 옆에 서 있다. 집시는 담요 한 장을 깔고 만돌린과 물병을 옆에 놓고 잠들어 있다. 전 재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