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_ 조르주 쇠라
숙녀의 붉은빛 모자를 만든 점.
소녀의 갈색 머리를 만든 점.
빛에서 점을 찾은 화가.
치밀하게 색을 계산해서 점을 찍어 나간 화가 조르주 쇠라
파리의 관문에 있는 센 강의 한 섬에 있는 공원에서 일요일 오후를 즐기는 파리 사회의 단면을 묘사하고 있다.
일요일은 파리 중산층들이 야외를 즐기기 위해 도시를 탈출한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주로 두세 명씩 작은 그룹으로 모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 혼자 앉는다.
거리감과 단절감, 신경질적 긴장감 등 현대적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이들의 관계다.
혼자 낚시 중인 여인.
원숭이와 산책하는 숙녀.
똑바로 정면을 응시하는 아이의 표정 자연스럽지 않은 표정과 몸짓.
강물에 고정된 사람들의 시선이 보인다.
무수히 많은 점을 찍어 완성한 그림 속에서 평화롭고 여유롭게 일요일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하나같이 정지된 마네킹 같다. 사람들은 모두 움직임도 없고 표정도 없다. 뭔가 부자연스럽게 짜인, 연출된 장면 같은 느낌이다.
또렷하지 않은 표정과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어떤 화가도 시도한 적 없는 수백만 개의 점.
그 점이 찾은 것은 단 하나는 바로 빛 때문이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는 미세한 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하는 그림 기법 때문에 점묘파의 선구자가 되었다.
작은 점을 찍으면서 쇠라는 그림을 완성하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공원에 가서 연구하고 관찰하여 완성하였다.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아이가 나무로 뛰어내리는 것, 왼쪽 끝에 트롬본을 연주하는 남자, 오른쪽 아래에 화난 작은 개를 제외하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정지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림의 상반부가 햇빛 속으로 움직이고 멀리 있는 배들이 강을 가르듯, 언제라도 움직임이 터질지 모르는 고요함이 느껴진다.
햇빛과 도시의 여가를 다루고 있다. 그림 속의 공간은 원근법에 의해 구축되어 그 안의 인물들도 뒤로 갈수록 규칙적으로 작아진다. 화면 중앙의 어린 소녀가 입은 원피스의 빛나는 흰색을 중심으로 따뜻한 색상과 명확한 색조가 주조를 이루는 화면은 수직, 수평으로 균형 잡힌 명료한 구도로 짜여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조금이라도 위치가 바뀌면 구성이 흐트러질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배치되었다. 모든 인물은 다양한 각도로 자리 잡고 있다. 일반화된 체격과 얼굴의 사람들은 아무런 감정도 표현하지 않으며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교류도 없다.
쇠라는 파리에 사는 사람들의 휴식처인 그랑드 자트의 풍경을 정밀하게 그려내고자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작품을 완성한 뒤에도 계속해서 다양한 수정을 가했다. 거대한 화폭에 담긴 공원 풍경은 관객을 압도한다. 다양한 색채와 빛, 그리고 형태들을 점묘 화법을 통해 꼼꼼하게 표현하고 있다.
쇠라의 작품에 끌리는 것은 찍은 작은 점들이 빛을 과학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어서라기보다, 부드럽게 떨리는 듯한 그 무수한 점들이 매혹적인 덩어리의 이미지로 변하는 과정이 신비롭기 때문일 것이다
쇠라는 우리의 눈이 받아들이는 색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내고, 그 색채 구성을 세밀하게 점을 찍어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가까이서 보면 무수한 점들의 집합이지만 멀리서 보면 이미지와 원근이 모습을 드러낸다.
붓 끝으로 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시킨다는 것이 말이 쉽지 보통 일이 아니다. 무조건 물감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점들이 어떤 형태와 색을 이룰지를 염두에 두고 하는 작업이므로 엄격한 구상과 계획하에 작업을 진행시켜 나갔다. 완성된 이미지가 어떤 모습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속 색채의 점들처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을 찍어가는 중에 시간의 흐름 속에 어느 순간 그림이 형태를 드러냈을 것이다.